이제 광명진언 각 글자 속에 담긴 의미를 풀어봅시다. 원래 진언의 뜻은 풀이하지 않는다고 하지만, 역사적으로 진언을 매우 중요시 했던 밀종密宗에서는 진언의 각 글자들을 풀이하였습니다. 왜냐하면 뜻을 잘 알아야 관觀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요, 관이 잘 되어야 보다 빨리 성취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. 이 광명진언은 아홉 단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.
①옴 ②아모가 ③바이로차나 ④마하무드라 ⑤마니 ⑥파드마 ⑦즈바라 ⑧프라바릍타야 ⑨훔
이 아홉 단어가 모여 신령한 힘을 발현하는 것입니다. 그럼 이 한 단어 한 단어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?
① 옴(oṁ)은 대우주의 무한한 생명력, 진리, 불멸의 부처님께 귀명歸命하고 향한다는 뜻입니다. 원래 ‘옴’은 ‘a+u+m-'의 결합문자로서, a는 창조, 출발, 시작, u는 유지, 존립, m은 끝, 소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. 곧 이 세상 모든 것의 시작과 존립과 성립, 인생의 태어남과 살아감과 죽음 등을 ’아+우+ㅁ‘으로 나타낸 것입니다.
그럼 마지막의 장음표시인 ‘-’은 무엇인가? 시작과 유지와 끝을 넘어선 진리나 영원한 본체를 뜻합니다.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생불멸不生不滅,불구부정不垢不淨,부증불감不增不減의 진리, 그리고 모든 부처님과 중생들의 근본 체體를 나타내주고 있는 것입니다.
이러한 까닭으로 예부터 이 ‘옴’은 매우 신령스러운 주문으로 받들어졌습니다. 생겨나서 유지하다가 소멸되는 세간의 모든 흐름들과 그 흐름들을 넘어선 영원, 완성, 조화, 통일, 성취 등의 성스러운 본체에 귀명歸命한다는 뜻으로 ‘옴-’을 외웠던 것입니다.
② 아모가amogha는 ‘불공不空’으로 번역됩니다. ‘공이 아니다, 빈 것이 아니다’는 뜻입니다. 공空, 불교에서는 참으로 공을 많이 강조합니다. 공! 비워라. 무엇을 비우라는 것입니까? ‘나’를 비우라는 것입니다. 무아無我가 되라는 것입니다.
왜 ‘나’를 비우라는 것인가? ‘나’ 때문에, 참된 나를 모르는 어리석음我癡, 나에 대한 사랑我愛, 나의 교만我慢, 나의 고집我見 때문에 모든 것의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할 뿐 아니라, 영원, 완성, 조화, 통일, 성취가 가득한 ‘옴-’의 자리와 하나가 되지 못한 채 괴롭고 덧없고 슬프고 비참하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.
고무풍선을 예로 들어 조금 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. 우리가 사는 곳은 허공처럼 탁 트인 대우주법계입니다. 그런데 지금의 ‘나’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습니까? 허공에 떠 있는 고무풍선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. 자아自我의 고무풍선이 되어 살고 있는 것입니다.
내가 ‘나’로 삼고 있는 자아自我! 스스로가 ‘나’에 대한 사랑으로 정립한 ‘나’요, 주관과 망상과 어리석음으로 만든 ‘나’일 뿐입니다. 그런데도 우리는 그 거짓 자아 속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. 그것은 마치 스스로가 불어 만든 특정한 형태의 고무풍선 속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.
과연 고무풍선 속의 세계가 자유롭습니까? 갇혀 있으니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두렵고도 불안합니다.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를 잘 입고, 혼자만의 공상과 망상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. 하지만 그 풍선의 세계를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.
풍선에 집착하여 ‘나’를 지키며 살고, 내 것을 고집하며 삽니다. ‘풍선이 나’ 라는 생각을 가지고 풍선 속에서 계속 고집을 부리고 욕심을 부리며 자아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. 그리하여 풍선이 쪼그라들 때까지 버둥거리며 살다가 이 생을 하직하고, 업을 따라 다음 생에는 또 다른 풍선이 되어 살아가는 것입니다.
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십시오. 풍선 안에 허공과 풍선 밖의 허공이 다른 것입니까? 아닙니다.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. 그럼 풍선을 터뜨리면 어떻게 되는가? 터뜨리는 그 순간, 풍선 속에 허공은 그냥 그대로 풍선 밖의 허공과 하나가 됩니다. 그 자리에서 곧바로 대우주법계가 되는 것입니다.
이렇게 하나가 되어 본체를 회복하고 영원한 생명력을 얻게 되며, 답답함 없이 자유롭고 불안감 없이 평안하고 티 없이 맑은 본래의 삶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니, 이것이 아모가, 곧 불공의 자리입니다.
불공不空은 빈 것이 아니라 꽉 차 있다는 것입니다. 무엇이 꽉 차 있는가? 영원생명常,무한행복樂, 자유자재我,청정무구淨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. 대자비, 대지혜, 대평화가 꽉 차 있습니다. ‘나’ 만 비우면, 자아의 고무풍선만 터뜨리면 ‘옴-의 아모가不空’가 그대로 펼쳐지는 것이며, 그래서 ‘바이로차나’ 라 한 것입니다.
③ 바이로차나vairocana는 광명변조光明遍照, 변일체처遍一切處라고 번역합니다. 법, 진리, 부처님, 불공의 ‘옴-’ 은 어디에나 어느 때에나 있는 것이며, 그 광명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나 발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. 법신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은 바로 이를 인격화한 것입니다.